Tio Pepe 와이너리 후기:
Bodegas Caballero 후기:
위의 두 와이너리 후기에 이어 마지막으로 작성하는 투어 후기, 그리고 내 최애 와이너리였던 Sanlúcar de Barrameda에 위치한 Bodegas Hidalgo La Gitana!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 (Sanlúcar de Barrameda)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Sanlúcar de Barrameda)는 헤레스와 산타마리아와 함께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카디스 주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내가 이 여행에서 방문했던 셰리 트라이앵글의 마지막 한 축을 담당한다. 이 도시는 "산루카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하며, "Sanlúcar"는 성 루카르에서, "Barrameda"는 항구나 하구에서 유래했다. 셰리 트라이앵글 중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로, 16세기부터 셰리 와인 생산을 시작해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산루카르의 해양 기후는 상쾌하고 섬세한 만자니아 셰리 (Manzanilla Sherry)를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지역에서만 생산될 수 있다고 한다. 주로 해산물 요리와 함께 즐기기 좋으며, 가벼운 드라이 셰리로 잘 알려져 있다.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는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장소다. 이곳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으로 항해를 떠나기 전 머물렀던 곳이며, 마젤란이 1519년 세계 일주 항해를 시작한 출발지로도 유명하다. 산루카르는 스페인의 해상 무역과 탐험의 중심지였고, 대서양으로 나가는 중요한 항구 역할을 했다고 한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셰리 와인뿐만 아니라, 항해사의 역사적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헤레스에서 산루카르 넘어가는 길이 스페인 남부의 다른 지역을 운전할 때와 다르게 포도밭이 펼쳐진 길이었는데, 정말 아름답고 예뻤다. 기회가 된다면 꼭 차로 운전해서, 또는 택시를 타고 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Bodegas Hidalgo La Gitana 후기
산루카르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로는 1792년에 설립된 가족 경영 와이너리 Bodegas Hidalgo La Gitana와 1821년에 설립된 더 큰 규모의 Bodegas Barbadillo가 있다. Hidalgo La Gitana는 전통 방식으로 만든 만자니아 셰리로, Barbadillo는 다양한 셰리와 백포도주 생산으로 유명하다. 나는 이 중에 Bodegas Hidalgo La Gitana를 고르게 된 것은 사실 순전히 구글 평점이 좋고 사진으로 봤는데 예뻐서였는데 결론적으로 너무 좋았던 곳!
와이너리 정보
(영어 투어) 월~토 11:00 am
(스페인어 투어) 월~토 12:00 pm & 1:00 pm
일정에 변경이 있을 수 있으니 하기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필수
https://bodegashidalgolagitana.com/visitas/
기본 와이너리 투어+시음 19,50 유로
소요시간 약 1시간 20분
투어 후기
와이너리투어는 이렇게 예쁜 잔을 하나씩 받으면서 시작된다. 한 여자가 그려져 있는 잔인데, 알고 보니 "La Gitana"가 스페인어로 "여자 집시"라는 뜻이라고 한다. 투어 중에 이 잔에 와인을 따라준다. 다른 와이너리에서는 투어가 끝난 후에야 자리에 앉아서 여러 종류의 셰리와인을 맛볼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돌아다니면서 그때그때 관련 와인을 마셔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단점은 어느 순간부터는 술기운이 올라와서 내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우리의 가이드 Soraya가 해준 명언이 있다. "어차피 와이너리 투어 중에 3~4잔 이후로 듣는 건 기억 안 나니 적당히 즐기다 가라"고 ㅎㅎㅎ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우린 열심히 와이너리 분위기와 술을 즐기다 왔다.
와인 숙성고를 돌아다니면서 어떤 와인이 있는지 설명을 해 주고, 아래 나온 사진에서처럼 국자 같은 걸로 바로 오크통에서 와인을 꺼내서 시음을 시켜준다! 굉장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다. 게다가 굉장히 쿨하게 "술이 입에 안 맞거나 양이 너무 많은 것 같으면 적당히 먹고 바닥에 버리세요~"라고도 하는데 진짜 그렇게 버려버리면 왠지 술과 가이드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우리는 몰래 안 볼 때 버리곤 했다.
이 도시에서만 나온다는 만자니아 (Manzanilla) 셰리. 가벼운 드라이 셰리로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달콤한 셰리랑은 다르게 훨씬 가볍고 상쾌한 맛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셰리의 맛은 "올로로소(Oloroso)"나 "페드포 히메네즈(PX)"인 경우가 많다. 이번 와이너리 투어를 다니면서 한국에서는 낯설었던 '드라이 셰리'라는 카테고리도 새롭게 경험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좋았던 것 같다. 마냥 달달한 셰리와인만 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 와이너리의 또 하나의 큰 매력 포인트는 스페인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분홍색 꽃들이 온 와이너리를 뒤덮고 있다는 점이다.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 속에서 스페인 특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건 예상하지 못했던 뜻밖의 볼거리. 와인 숙성고를 지나는 중에 오크통을 새로 들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저 남성분이 혼자 고생하고 계셨는데 Soraya가 그걸 보고는 지게차로 올라타서 저 직원을 서포트해 줬다. 다른 데서 본 와인 숙성고는 보여주기식 저장고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는데, 여기는 이걸 보니까 아 진짜로 사용 중인 숙성고를 보여준 거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숙성고에서 또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 중에 보이는 내부 정원 같은 곳. 건물 사이사이 이런 장면을 마주하는 게 꽤나 소소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모멘트들이었다.
와이너리의 역사가 담긴 공간도 소개를 시켜준다. 보통 이런 곳에는 특별한 빈티지 와인이나 역사적인 중요성을 가진 와인 병을 보관하거나 전시를 하는데, 여기도 그런 컬렉션이 담긴 술 장식장이 있다.
아래 사진에 나온 Faraón, Alameda, 그리고 Triana는 각각 피노 (Fino), 크림 (Cream), 올로로소 (Oloroso) 셰리의 브랜드다. 각자 이름의 뜻은 파라오, 가로수길, 세비야 지역의 이름인데 전반적으로 병 라벨링을 특색 있게 잘하는 것 같다.
투어 중에는 셰리 생산의 실질적인 작업 현장도 보여준다. 오크통만 보다가 나오는 투어가 아닌 이런 스테인리스 양조 시설을 볼 수 있다니 공대생인 나로서는 꽤나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EntreBotas라고 하는 이 와이너리에 딸려 있는 식당 겸 바가 있다. 투어가 끝나면 이쪽으로 안내를 해서 식사가 제공되는 투어를 선택한 사람들은 음식을 준비해 주고, 그냥 일반 투어 사람들에게는 이런 과자랑 치즈를 준다. 여기서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앞에 있는 바에서 술을 구매할 수도 있다.
친구 부탁으로 페드로 히메네즈를 하나 업어오려고 바에 갔는데, 투어 중에 먹어본 것이 아니라도 거기 있는 관심 있는 술들을 무료로 다 시음시켜준다...! 정말 여기는 천국입니까.. 다 너무 맛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한 병만을 데려왔다.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정겨운 와이너리였다. 가이드들도 정말 진심으로 여길 자랑스럽고 사랑하고 있는 것이 나에게도 느껴졌다. "멋지고 훌륭한 우리 와이너리를 소개합니다!"하고 각 잡은 느낌보다는 "여러분~~ 우리 와이너리 좀 보세요~~ 와인도 너무 맛있어요~~"같이 뭔가 주책을 떠는 느낌이랄까. 거기에다가 섬세하게 꾸며놓은 와이너리부터 당연히 맛이 좋은 술들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고, 나름 완벽하게 와이너리를 즐기고 온 기분이 들었다.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도시와 와인 브랜드지만 나는 셰리 와이너리를 한 군데만 갈 수 있다면 이 와이너리를 추천하고 싶다.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의 Tio Pepe, Caballero, La Gitana의 세 와이너리를 다녀왔다. 사실 세 개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다녀와서 든 느낌은 '다음엔 또 다른 곳을 가보고 싶다!'였다. 와이너리마다 느낌도 분위기도 너무 다르고 각자가 자랑스럽게 선보이는 셰리와인의 종류도 다채롭다 보니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정말 기대 이상이었던 이번 방문. 다음 스페인 여행에서도 셰리 트라이앵글은 빠질 수 없는 코스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