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안달루시아] 5월의 햇살과 셰리와인의 만남: 셰리 트라이앵글 (Sherry Triangle) 와이너리 탐방기-1. Bodega Tio Pepe/헤레스 데 라 프론테라 (Jerez de la Frontera)
나는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여행의 테마를 정한다. 나중에 그 여행에 더 깊은 인상이 남았으면 해서.
이번 스페인 여행은 셰리 와인 산지 투어. 일명 셰리 트라이앵글 (Sherry Triangle) 투어.
셰리 와이너리 투어를 가기 위한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해도 한국어로 된 후기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고생을 했다. 해당 지역 여행을 다니다 보니 한국인은 고사하고 아시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서양인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관광지인 만큼 너무나도 좋았던 도시들이라 한국인들도 많이 갔으면 해서 남기는 후기. 포르투갈에 포트와인이 있다면 스페인에는 셰리와인이 있다. 스페인 남부에 가볼 곳이 너무 많지만 와인을 좋아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은 분들은 한 번쯤 여기도 들러보면 좋을 것 같다.
셰리 와인이란?
셰리 와인은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주정강화 와인의 일종이다. 주로 팔로미노 (Palomino) 포도로 만들어지며, 페드로 히메네즈 (Pedro Ximénez/PX) 와 모스카텔 (Moscatel) 품종의 포도도 사용된다. 주정 강화 와인은 와인에 브랜디를 첨가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맛과 향을 깊게 만드는데, 대표적으로 유명한 포트와인, 그리고 마데이라와인 등이 있다. 셰리 와인은 숙성 방식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로 나뉘는데, 주요 종류로는 피노(Fino), 만자니야(Manzanilla), 아몬티야도(Amontillado), 올로로소(Oloroso), 크림 셰리(Cream Sherry) 등이 있다. 피노와 마넨야는 가벼운 맛과 상쾌한 향이 특징이며, 아몬티야도와 올로로소는 더 깊고 복합적인 맛을 자랑한다. 크림 셰리는 달콤한 맛으로 디저트 와인으로 많이 즐겨진다.
셰리 트라이앵글 (Sherry Triangle)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는 셰리 트라이앵글이라고 하는 곳이 있다. 셰리 트라이앵글은 헤레즈 데 라 프론테라(Jerez de la Frontera), 산루카르 데 바라메다(Sanlúcar de Barrameda), 엘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El Puerto de Santa María) 세 도시로 이루어진 지역이다. 이곳은 셰리 와인의 본고장으로, 독특한 기후와 토양 덕분에 최고의 셰리 와인을 생산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이미 여기는 정말 유명한 관광지인 것 같았다. 나는 이 세 도시를 모두 가서 와이너리 하나씩, 총 세 곳을 방문하고 왔다.
Bodega Tio Pepe 후기
셰리와인의 본고장! 하면 보통 Jerez de la Frontera (줄여서 Jerez)라고 할 만큼 셰리 트라이앵글의 세 도시 중에서 헤레즈는 가장 크고 유명하다. 우리도 헤레즈에서 2박을 하며 나머지 두 도시를 다녀왔다. 이런 헤레즈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Tio Pepe라는 브랜드의 와이너리 후기부터 공유하고자 한다.
와이너리 정보
월~금 10:30 am ~ 5:00 pm / 주말 10:30 am ~ 1:00 pm
요일마다 투어 시간 상이하므로 아래 홈페이지에서 확인 필요
현장예매도 가능하지만 인기가 많으니 예약하고 가는 걸 추천
가격 21,90 유로
소요시간 약 1.5시간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지원
투어 후기
와이너리가 굉장히 넓어서 그냥 작고 예쁜 마을을 구경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대기업(?) 답게 투어 구성은 굉장히 체계적이었고 영어도 아주 능숙하셔서 설명 이해하기가 제일 편했던 투어였다. 이렇게 귀여운 빨간색 꼬마기차를 타고 투어를 시켜준다.
어딜 가든 이 친구(?)가 보인다. Tio pepe가 유명해진 데에는 이 디자인도 한몫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와이너리 투어의 기본인 와인 숙성고. 기업 규모에 걸맞은 정말.. 정말.. 정말 넓고 큰 창고. 본 게 전부가 아닐 텐데도 정말 큰 회사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밖에 나와 눈을 돌리면 이런 예쁜 광경이 펼쳐진다. 와이너리가 예쁜 마을 같았다고 한 게 이런 느낌.
그리고 이건 귀여운 스토리 ㅎㅎ
와인을 먹으러 찾아오는 작고 귀여운 녀석을 위해 좀 더 먹기 편하라고 사다리를 놓아주었다는 그런 이야기
제일 기다리던 테이스팅 시간!
대기업(?) 답게 잔을 무려 네 개나 준다. 각각의 잔에 담긴 와인에 대한 정보도 친절하게 적혀 있다. (왜 자꾸 대기업 타령을 하는지는 나중에 보면 다른 영세 와이너리들과 비교가 된다..) 여기서 투어 종류별로 좌석이 나뉘는데, Tapas가 포함된 투어를 신청한 사람은 따로 안내해 준다. 우리는 일반 투어라서 간단한 안주만 제공되었다. 근데 셰리 와인 자체가 달달한 것도 많아서 안주가 따로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나는 Alfonso라는 이름의 술이 내 입맛에 가장 잘 맞았다! 그래서 바아로 기념품 샵에서 한 병 데려옴 ㅎㅎ
기념품샵은 정말 정신 잃게 만들어놨다. 정신을 꼭 붙들어 매야 여기서 과소비를 안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못 참고 이 친구를 데려왔다.
Tio Pepe 와이너리는 정말 큰 기업이다!라고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이 많았다. 그게 장점이자 단점이었는데, 하나의 마을처럼 꾸며져 있고 잘 정돈된 느낌이 좋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투어를 제공해야 하다 보니 디테일보다는 크게 훑고 온 느낌이 강했다. 중간에 티오페페의 역사와 업적을 알려주는 영상을 틀어준다던지.. 조금 지루한 포인트들도 있었고, 다른 와이너리들을 이미 경험해 봤다면 이렇다 할 차별 포인트는 빨간 꼬마기차와 마을 같은 분위기 정도뿐이어서 생각보단 실망스러웠던 곳. 하지만 와이너리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고 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걷는 게 적고, 꼬마기차가 아이들의 흥미를 끄니 함께 오기 좋을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두 곳 더 소개할 곳은 Bodegas Caballero와 Bodegas Hidalgo La Gitana라는 곳! 이건 헤레즈 이외의 두 도시에 각각 위치한 와이너리이다. 여기는 다음 포스팅들에서 후기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