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남부/안달루시아] 셰리 트라이앵글 (Sherry Triangle) 와이너리 탐방기-2. Bodegas Caballero/엘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 (El Puerto de Santa María)
Tio Pepe 와이너리 후기:
지난번 글에 이어서 작성하는 셰리 와이너리 투어 두 번째 후기
Tio Pepe와 Jerez de la Frontera는 국내에서도 비교적 알려진 편이라 인터넷 검색으로 관련 정보가 어느 정도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앞으로 소개할 두 곳은 내가 직접 홈페이지와 구글 후기를 꼼꼼히 찾아가며 발품을 팔아 발견한 곳이다. 그리고 이 두 곳은 아직도 내 스페인 여행의 최고의 기억을 만들어 준 와이너리와 도시이다.
엘 푸에르토 데 산타 마리아 (El Puerto de Santa María)
이름부터 낯선 이 도시부터 알아보자. 엘 푸에르토 데 산타마리아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역의 카디스(Cádiz) 주에 위치한 항구 도시로, 현지에서는 종종 "산타 마리아"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엘 푸에르토 데 산타마리아"는 스페인어로 "성모 마리아의 항구"를 의미하며, "El Puerto"는 항구를, "Santa María"는 성모 마리아를 뜻한다. 이 도시는 스페인의 대항해시대에 콜럼버스의 두 번째 항해를 준비했던 중요한 장소로 유명하다. 이 도시는 셰리 트라이앵글의 세 도시 중에 세 번째로 오래된 도시로 다른 두 도시에 비해 역사가 짧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약 16세기부터 셰리 와인 생산을 시작해 깊은 전통을 자랑한다. 산타 마리아는 또한 아름다운 해변과 중세 시대 성인 Castillo de San Marcos 같은 역사적인 건축물로 유명하며, 셰리 와인과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미식 여행지로 잘 알려져 있어 많은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매력적인 관광지이다.
이 도시의 또 다른 명소는 Osborne 와이너리이다. 사실 나는 Osborne을 한국에서 포트와인으로 먼저 접했기 때문에, 산타 마리아를 조사하던 중 오스본 와이너리가 있는 걸 보고 '스페인에 왜 포트와인 와이너리가..?' 하며 다소 의아해했다. 사실 Osborne은 18세기부터 운영되어 온 스페인의 대표적인 셰리 와이너리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아래 사진에 나온 검은 황소 심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곳도 내 방문 희망리스트에 올려놓았지만 아쉽게도 시간 제약과 우리의 일정상 위에서 언급된 Castillo de Santa Marcos 내부에 있는 Bodegas Caballero를 방문하기로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그건 나의 최고의 선택이었다.
Bodegas Caballero 후기
Bodegas Caballero는 Castillo de San Marcos라는 성 안에 자리 잡고 있다.이 성은 산타마리아에 위치한 13세기 고딕 양식의 요새로, 원래 모스크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으며 이후 기독교 왕국의 방어 요새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고풍스러운 성 안에서 셰리 와인을 맛볼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다. 실제로 역사적 가치와 와이너리의 전통이 어우러져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 있는 장소라고 한다. 이 성은 Bodegas Lustau도 운영하고 있으며, Lustau에서 생산한 셰리와인은 나도 한국에서 마셔본 기억이 있다. (아주 찐득한 PX라서 그렇게 좋은 기억은 아니었지만..) 근데 Lustau 와이너리는 헤레스에 위치해 있어 Tio Pepe에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아마 Tio Pepe 와이너리에서 마지막 남은 두 자리를 내가 사수하지 못했다면 Bodegas Lustau를 방문했을 것 같다.
와이너리 정보
(영어 투어) 화~금 3:00 pm
성에서 결혼식 등 행사가 열리는 경우 시간표가 달라질 수 있으며 아래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 필수
https://castillodesanmarcos.com/en/castillo-de-san-marcos-2/
성+와이너리 (시음 포함) 투어 16,00 유로 (학생할인 12,00유로)
소요시간 약 1시간 45분
*투어 시작 장소는 Bodega Castillo가 아닌 Castillo de San Marcos이며, 예약 확인증에 있는 주소로 가면 됨
투어 후기
사실 우리는 일정에 맞는 투어를 찾다 보니 영어 투어를 신청하지 못하고 스페인어 투어를 신청했다. 가이드가 우릴 보았을 때의 동공지진을 잊을 수가 없다. "너네 스페인어 하니..?" "아니..?" 그래도 다행히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 수 있는 어플을 다운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걸 들고 따라다녔다. 성과 와이너리 투어 둘 다 포함된 코스라서 처음엔 성 내부를 둘러보며 알려준다. 성 자체가 예쁘고 날씨도 좋아서 투어고 오디오고 뭐고 그냥 성 내부 자체의 분위기와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가이드를 따라다녔다. 그래서 성 내부 사진은 많이 없는데 구글 포토 리뷰가 많으니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이 후기는 시음 후기에 가깝다 ㅎㅎ

여기는 와인 숙성고 관련해서는 기분(?)만 내놓은 것 같았다. 아마 구글 지도에 Bodegas Caballero라고 되어있는 곳이 찐 숙성고 일 것 같다. 근데 오크통 하나하나에 귀여운 그림들이 많이 그려져 있어서 보는 맛이 있다.


드디어 기다리던 테이스팅 시간! 성을 둘러볼 때 가이드가 너무 열정적으로 이것저것 설명해 주는데 우리는 영어 오디오에만 의존해야 해서 조금 아쉽고 왠지 미안하기까지 했는데 여기서부터는 어쨌든 술이니까 스페인어여도 느낌이 통하겠지(?!) 싶어서 왠지 안심이 됐다. 그런데 우리랑 함께 했던 열 명정도 되는 스페인 사람들 무리가 서로들 친해 보이고 가이드한테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소통하는 걸 보고 스페인 사람들 친화력이 대단하구나... 했는데 알고 보니 그 무리는 서로 직장동료였고, 그중 한 명이 가이드랑 친구여서 오게 된 거였다. (어쩐지..) 그리고 왠지 쫄아있는 우리에게도 말 걸어주면서 영어 할 수 있냐고 물어보더니 가이드한테 영어 투어로 바꿔달라고까지 했다 ㅋㅋㅋ 가이드 여기서 2차 동공지진...


티오페페에서는 설명이 적힌 종이 위에 각각의 와인이 올려져 있고 알아서 읽어가며 먹는 방식이었는데, 여기는 하나하나 설명해 주고 그때그때 설명해 준 와인을 따라주며 마시게 해 준다. 아래 사진처럼 셰리와인 병에 그려진 각각의 심볼의 의미도 직접 칠판에 그려가며 알려주었는데, 이것만큼은 진짜 신기해서 스페인어였어도 기억에 남는다.


시음에는 총 다섯 종류의 셰리와인을 맛보게 해 주었다. Fino, Oloroso, Cream, Vermouth, Ponche 이렇게 골고루 마셔볼 수 있었다. 마시는 순서는 드라이한 피노, 올로로소로 시작하고, 달달한 크림을 거쳐 강한 향과 맛이 나는 베르무트 와인과 폰체라는 리큐르로 마무리한다. 근데 문제가.. 15~25도 정도 되는 와인을 10분도 안 돼서 한 잔씩 준다.. 심지어 맛있다고 하면 더 준다.. 설명 들으랴 술 맛보랴 시간이 지나면서 정신이 점점 혼미해졌다...


취해가던 와중에도 나는 세 번째로 마셨던 East India가 제일 맛있었다. East India는 크림 셰리로, 드라이 셰리(주로 피노 또는 올로로소)와 달콤한 셰리(페드로 히메네스 또는 모스카텔)를 블렌딩 하여 만들어진다고 한다. 달달한 술을 좋아하지는 않아서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셰리 와인의 단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가장 맛있다고 느낀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친구를 업어오기로 결정!
여담이지만 저기서 술 먹다가 저 스페인 사람들 무리들과 친해져서 현지 음식점이랑 비치바 투어를 시켜줬다! 정말 친화력 좋고 서윗한 스페인 사람들이다.. 스페인에서 제일 신기하고 재밌던 경험 ㅎㅎ 이건 기회 되면 나중에 따로 글을 남겨봐야겠다.
보통 와이너리라고 하면 드넓은 포도밭, 그 가운데에 있는 와인 숙성고와 투어 사무실 등이 머릿속에 떠오르는데 Bodega Caballero에서의 투어는 와이너리라는 느낌보다는 한 도시의 성에 놀러 가서 술을 얻어먹고 온 느낌이었다. 성에 놀러가서 성도 구경하고 와인도 먹고 가서 친구들도 사귀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느껴지는 감정들이 너무 낯설었지만 행복했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좋았고, 다른 곳들과 달라서 더욱 즐겁다고 느껴졌다. 산타마리아라는 동네 자체도 아기자기하면서도 바다의 강한 바람을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곳이다. 스페인 남부의 다른 유명한 도시들을 이미 많이 가보았지만 또다시 스페인 남부를 여행하게 된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한, 또는 안달루시아 지방이 처음이더라도 꼭 한번 가서 와이너리 투어와 바다의 정취를 느끼고 오면 좋을 것 같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 포스팅에서 마지막으로 Bodegas Hidalgo La Gitana라는 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Bodegas Hidalgo La Gitana는 내가 가본 세 곳의 와이너리 중의 단연 1등이라고 할만한 곳이니 꼭 후기를 읽어주었으면 좋겠다.